『유다의 별』은 김은영 작가의 야심작으로, 인간이 지닌 최후의 배반과 구원, 그리고 그 경계 위에서 빚어지는 도덕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심리 스릴러다. 빛과 어둠, 충성과 배신을 오가며 독자는 끝없이 흔들리는 인물들의 내면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줄거리
해방 직후의 혼돈 속, 어느 외딴섬 마을에 다급히 도착한 청년 강윤은 폐허가 된 교회 한가운데서 의문의 부패 시체를 발견한다. 시체의 목에는 낡은 은수저 모양의 펜던트, 곧 ‘유다의 별’이라고 불리는 상징물이 걸려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일제의 잔재와 전쟁의 상처, 그리고 서로에 대한 불신 속에서 각자 살아남기 위해 균열을 일으켜 왔고, 그 균열 위에 진실이 놓여 있다. 강윤은 중앙당 조사위원 자격으로 파견된 이력을 숨기고, 죽음 뒤에 숨겨진 구(舊) 교회 신도들의 역사를 파헤치려 한다.
첫 번째 단서는 옛 교구장 박수현이 남긴 일기. 그는 ‘유다의 별’을 배신자 표시로 사용하며, 촛불 아래에서 스스로를 심판하던 순간을 증언한다. 그러나 박수현의 일기장 곳곳에는 도려낸 페이지들이 남아 있고, 대화 상대였던 마을 촌장 김판서는 “별 아래서 친구를 팔아넘긴 자만이 진실을 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잠적한다. 강윤은 박수현의 일기와 마을 주민들의 상반된 진술 사이에서 진실을 좇지만, 곧 자신이 누군가의 배신자로 지목될 위기에 처했음을 깨닫는다.
이야기는 강윤의 시점과 과거 신도들의 회상, 그리고 미스터리한 일기 조각들이 교차 편집되며 진행된다. 인물 간의 은밀한 거래, 신앙과 권력의 결탁, 그리고 서로를 의심하는 시선들이 얽히고설키며 사건의 실체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마침내 강윤은 마을 인근 바닷가 동굴에서 은수저를 찍어낸 가마터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박수현과 김판서가 벌인 최후의 대면을 목격한다. 두 사람이 나눈 마지막 대화는 “진실을 팔아도, 누군가는 우리를 기억한다”는 의미였고, 강윤은 자신이 품어온 믿음 자체가 거짓일 수 있음을 직면한다.
등장인물
『유다의 별』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욕망, 신념을 등에 지고 충돌한다.
강윤: 중앙당 조사위원으로 파견된 청년. 냉철한 관찰자였으나 마을의 비밀을 파헤칠수록 자신의 뿌리와 가족사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는 진실을 알리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이념이 지닌 폭력성을 마주한다.
박수현: 구(舊) 교회 마지막 교구장. ‘유다의 별’을 만들어 배반자를 낙인찍었으나, 그 행위가 진정한 배신인지 스스로 심문하며 파멸로 치닫는다. 그의 일기는 소설 전반에 걸쳐 중요한 진실 조각을 제공한다.
김판서: 마을 촌장. 외부 권력과 거래해 이권을 챙기며, 마을 사람들의 불안을 관리하는 교묘한 권력자다. 그는 진실을 숨기고 배신의 자리를 조종하며, 스스로 배신자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이정희: 박수현의 조력자이자 어린 시절 강윤의 어머니와 친분이 있던 인물.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채, 한때 함께 믿음을 나눴던 동지들이 어떻게 갈라섰는지를 관조한다. 그 관조 속에서 그녀 역시 “진짜 배신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마을 사람들: 옛 교회 신도와 신참 주민들. 각자 가지고 있는 상처—식량 배급의 불공평, 이념 투쟁의 갈등, 일제 잔재 청산 문제—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며, 배신의 굴레를 확산시킨다.
주요 테마
『유다의 별』은 배반과 구원, 기억과 역사, 권력과 신념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전개된다.
1. 배반과 구원: ‘유다의 별’은 배반자의 상징이자, 배반 이후 구원을 갈망하는 인간 심리를 드러낸다. 인물들은 서로를 배신하면서도 동시에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작가는 이 역설적 감정을 통해 “누가 진정한 배반자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2. 기억과 역사: 박수현의 일기, 구전된 구전, 파편화된 기록은 역사 서술이 얼마나 편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작가는 개인의 기억과 공식 기록 사이의 간극을 좁히며, 진실이란 복수의 시선과 해석 속에서만 존재함을 강조한다.
3. 권력과 신념: 중앙당 조사위원과 마을 권력자, 종교 지도자의 삼각관계는 권력 투쟁이 어떻게 믿음을 도구화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신념은 순수한 구원이 될 수도, 냉혹한 통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이중성을 통해, 인간이 권력 앞에서 얼마나 쉽게 신념을 배신하는지를 탐구한다.
『유다의 별』은 배반과 용서를 교차시키며 인간 내면의 어둠과 빛을 동시에 비춘다. 역사가 남긴 상처 위에서 진실을 찾는 여정은 곧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며, 누군가는 배반자가, 누군가는 구원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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