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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뷰 정보

소설 플로터스 리뷰(줄거리, 인물, 테마)

by 행복민준 202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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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플로터스 책표지

 

『플로터스』는 이현우 작가의 대표 서스펜스 소설로, 바다 위를 떠도는 미스터리한 유람선 ‘플로터스’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광기와 생존 본능을 교차 편집하며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파고든 작품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승객들과 의문의 사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파도처럼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독자는 진실을 향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못하게 된다.

줄거리

 여름 성수기를 틈타 호화 유람선 ‘플로터스’는 7일간의 꿈같은 항해를 시작한다. 대기업 임원, 여행 블로거, 은퇴한 군인, 자칭 예술가 등 다양한 배경의 승객들이 한데 모인 가운데, 첫째 날 밤부터 의문의 정전 사고가 발생한다. 객실 복도에선 미처 잠들지 못한 승객 한 명이 배 밑으로 떨어진 듯 사라지고, CCTV에도 흔적 없이 사라진 그의 그림자만 남는다. 이어 둘째 날에는 사교 클럽에서 싸늘한 주검이 발견되는데, 희생자는 배 안에서 유일하게 ‘모두를 기록’하던 블로거였다. 사건이 계속될수록 승객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알리바이를 검증하기 시작하고, 비밀스러운 승무원 한 명이 이들을 지켜보는 장면이 교차 편집된다.

 중반부에는 배가 갑자기 통신을 끊고 정박할 수 없는 상태로 돌입하면서 상황은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다. 식량과 담수는 제한적이고, 구조 요청은 바다 한가운데서 전혀 닿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자발적 위원회가 구성되지만, 그 뒤에서 누군가는 치명적인 정보를 은폐하고 공포를 조장한다. 전직 군인 출신인 김명준은 승객들을 보호하려 하나 과거 트라우마가 발동해 오히려 위기를 자초한다. 예술가 박소희는 배 위의 만찬을 예술 퍼포먼스로 포장하고, 승객들을 선동해 집단 히스테리를 유발한다. 마지막 날, 폭풍우가 몰아치며 배가 흔들리는 순간,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승무원 이집사는 절체절명의 기록을 전하고자 자신의 일지를 불태우며 최후의 고백을 남긴다. 독자는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치열한 민낯과, 끝내 드러나지 않은 음모의 윤곽 사이를 오가며 숨을 죽이게 된다.

등장인물

『플로터스』는 각기 다른 계층과 성향을 지닌 인물들이 집단적으로 얽히며 이야기의 긴장과 반전을 주도한다.

김명준: 전직 특수부대 요원 출신으로, 현재는 민간 보안업체 직원이다. 침착하고 유능하지만 과거 작전 실패로 동료를 잃은 트라우마가 있어, 위기 상황에서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생존 본능과 죄책감이 충돌하는 인물이다.

박소희: 자칭 현대미술가로, 플로터스에 설치된 예술 전시회를 기획한 장본인이다. 겉보기엔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이지만, 사람들의 불안감을 예술적 자극으로 승화시키며 집단 심리를 조종한다. 그녀의 진짜 목적은 불확실하다.

윤수빈: 여행 전문 블로거이자 유튜버. 모든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진실과 스캔들’을 쫓지만, 사건이 터진 뒤로 자신의 콘텐츠 책임에 괴로워한다. 그녀가 남긴 영상 파일이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집사: 승무원으로서 만능 해결사 같은 존재지만, 정작 자신의 과거와 동기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마지막까지 기록을 남기려 애쓰는 그의 일지는 배 전체를 관통하는 열쇠이며, 진실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김태연: 대기업 임원으로, 부와 권력을 배경으로 승객들을 통솔하려 한다. 그러나 배 위에선 법조차 무력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점차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가 숨겨온 비밀이 사건의 기폭제가 된다.

주요 테마

『플로터스』는 생존과 광기, 진실과 허상, 그리고 집단 심리라는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 생존과 광기: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의 생존은 금세 광기로 변질되며, 계층과 직업이 무의미해진다. 각 인물의 생존 전략이 얼마나 잔혹하게 타인을 공격하고 배신하는지 보여 주며, 극한 상황이 인간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만드는지 탐구한다.

2. 진실과 허상: 승객들이 믿고 있는 각자의 이야기가 사건의 퍼즐 조각이 되고, CCTV·블로거 영상·이집사의 일지 같은 매체가 서로 충돌한다. 작가는 진실 자체보다 ‘진실로 믿는 환상’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강조하며, 독자로 하여금 무엇을 신뢰해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3. 집단 심리: 배 위의 소규모 사회는 단숨에 집단 히스테리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공포가 전염되고, 군집 행동이 합리성을 잠식하며, 결국 개인의 도덕적 판단마저 무너진다. 이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대중 조작과 여론의 양면을 은유한다.

이들 테마는 서로 얽히며 이야기에 깊이와 울림을 부여하고, 독자는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을 생생히 목격하게 된다.

『플로터스』는 폐쇄 공간에서 벌어지는 집단 극한 심리전을 통해 생존과 광기의 경계, 진실과 허상의 모호함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소설이다. 독자는 이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쉽게 도덕적 한계를 넘나드는지, 그리고 진실이란 얼마나 가변적인지를 성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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